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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1위… ‘플라스틱 천국’ 오명 언제까지

김대용 │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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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필리핀에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그린피스 제공)
한국이 필리핀에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그린피스 제공)


미국 CNN이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집중보도하면서 ‘플라스틱 대국’ 한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N은 3일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 17만3000여t의 거대 폐기물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거대 ‘쓰레기 산’이 됐다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생긴 가스로 화재까지 발생하자 경찰은 폐기물 재활용 업체인 한국환경산업개발의 대표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매립장인 이곳의 폐기물 처리량은 2000t가량에 불과하다. 대기오염물질 방출로 인해 쓰레기 소각이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고, 고형폐기물(SRF) 수요가 줄어들며, 중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 미처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이 산처럼 쌓인 것이다. 실제로 2011년 611곳이었던 쓰레기 소각 시설은 지난해 395곳으로 급감했다.


특히 대중국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이 막힌 게 컸다. 한국은 중국 루트가 막히자 필리핀과 태국 등으로 쓰레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필리핀으로 수출한 폐기물이 현지 반발로 반송돼 돌아온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은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인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플라스틱 대국’이다.


통계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 플라스틱을 유독 많이 사용하는 나라라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98.2㎏의 플라스틱을 소비해 세계 1위의 소비량을 기록했다. CNN은 2015년을 기준으로 한국인이 1인당 연간 132㎏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를 규제하는 수준을 넘어 플라스틱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환경부에 기업들이 제품 포장재, 용기 등에 제한 없이 소비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양을 규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린피스는 환경부가 불법 야적 및 수출 등 폐기물 문제의 원천적 예방을 위해 마련한 '불법 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에 대해 “이 대책에서 제시하는 재활용 수요 및 소각용량 확대는 환경적, 사회적, 건강상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폐기물 관리 방안”이라며 “재활용 중심의 대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낮아지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으로 열화(다운그레이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특성을 간과했기에 근시안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린피스는 “폐기물 소각은 각종 유해물질(중금속, 산성가스, 미세먼지 등)과 토양,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는 부산물(비산재, 폐수 처리 침전물)을 발생시키기에 심각한 환경 및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소각 확대는 한번 쓰고 쉽게 버리는 대량 생산 방식인 선형경제모델을 고착화해 일회용품 소비문화를 조장하기에 오히려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불법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야적 및 수출의 근본 원인은 지나친 소비에 기인한다”면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다른 나라로 처리책임을 넘겨 왔기에 오랫동안 해당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각 국가에서 연이어 폐기물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그린피스는 “환경부는 이미 그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난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정책만으로 반복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및 포장재 사용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봉투와 같은 일부 품목에 한정된 규제를 제품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조사하고, 소비 감축 목표, 로드맵, 생산자책임 확대 등 총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이행 방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플라스틱 소비 억제와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페트병 생산량은 2012년 19만8907t에서 2016년 27만3287t으로 4년 사이 27.2%나 증가했지만 재활용률은 같은 기간 84.7%에서 80.5%로 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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