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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 발밑에서 발암물질이 흘러나온다

관리자 │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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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의 지중화 설비 7곳에 대한 전자파 측정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 세기가 지상구간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았다. 기존이 상식을 깨뜨리는 결과였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노원골’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다. 수락산이 바로 인접해 지형적으로 공기 좋은 곳이다.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가꿀 수 있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나서 한 번 이사오면 잘 나가지 않고 오래 사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큰 찻길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덜하고 공동육아 모임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어 젊은 부부들에게도 인기인 곳이다. 주민운동회가 자주 열리고 최근에는 구청의 지원으로 북카페도 열었다.

얼마 전부터 노원골 사람들에게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마을을 지나는 길의 땅속에 묻혀 있는 고압송전선로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긴 하지만 비교적 좁은 길이어서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한가해 아이들이 종일 뛰어노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수락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땅속의 송전선로는 마을 뒤편에 높이 세워진 송전탑과 연결되어 지상으로 연결돼 수락산 너머로 이어진다.

고압송전선로를 둘러싼 환경분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밀양과 경상북도 청도에서 고압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의사가 공권력과 충돌한 사건은 대표적인 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하여 받아들이곤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압송전탑 문제는 전자파 공해와 경관 문제, 이에 따른 재산권 침해가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국회 앞 인도 위에서 지중화 송전선로의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율 88.2%

고압송전선로가 야기하는 환경문제와 지역갈등은 국가 전력정책이 크게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즉 바닷가에 위치한 대규모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서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하여 대도시로 장거리 송전하는 현재의 국가 전력정책이 지역단위의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등과 같은 소규모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고압송전선로는 경관 문제, 전자파 공해 등의 이유로 지상에 설치되던 것이 점차 땅속으로 매설되어 지중화되는 추세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지역에서는 지중화 비율이 매우 높은데, 서울의 경우 152개 구간에 걸쳐 341㎞가 지중화 구간이다. 2013년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54㎸ 이상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율은 서울 88.2%, 인천 62.4%였다.

그동안 사람들은 ‘고압송전선로의 지중화’가 경관 문제와 전자파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좋은 대안으로 생각해 왔다. 이로 인해 재산권 침해도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 지중화는 경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준다. 전자파 문제는 어떠할까?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파 문제도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압송전선로를 땅속에 매설하면서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술이나 설비를 적용하여 높은 수준의 전자파가 방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압송전선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극저주파로서 전기계와 자기계로 구성되는데, 전기계는 나무나 흙·콘크리트 등의 시설에 쉽게 차폐되는 반면, 자기계는 이러한 시설에 의해 거의 차폐되지 않는다. 고압송전선로를 지중화할 때 땅속에 매립하는 깊이는 통상 1.2~2m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자파 차폐시설을 하지 않으면 지중화 설비의 전자파 세기는 지상 수십m 높이에 위치하는 송전탑에 걸린 송전선로의 전자파 세기보다 더 클 수 있다.

2014년 여름,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사인 민승현씨는 학교 뒤의 작은 공원을 거닐다 문득 이상한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고압송전선로가 이어져오다 사라져 안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중랑천변을 따라 지상의 철탑으로 연결되어 오던 송전선로가 학교 뒤에서부터 땅속으로 매설되어 상계동 주거지역으로 이어졌다. 민씨는 과학교과 담당교사다. 평소에 방사능 문제 등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고압송전선로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학교 뒤 작은 공원에 구청에서 책을 빌려주는 동네도서관을 만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텐데, 인근의 송전선로의 전자파가 걱정이 됐다. 민씨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연락해 전자파 측정을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지중으로 매설된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회 장하나 의원실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서울지역의 지중화 설비 7곳에 대한 전자파 측정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서울지역 152개 고압송전선로 지중화구간 중 5개구 7개 구간을 선정했다. 15만4000V 6개 구간, 34만5000V 1개 구간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사이를 지나는 지중화구간, 주택과 고속도로 인접구간, 강남의 대로에 설치된 지중화구간, 주민 산책로 및 학교와 어린이집이 인접한 지중화구간, 지상과 지중화 구간이 혼재된 구간, 국회 앞 등 다양한 조건의 지중화구간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 인근 영등포구 양평동 아파트단지, 대형마트 인근, 노원구 상계동 지상송전탑구간과 지중화구간 병존구간, 서초구 서초동 주택과 고속도로 인접구간, 강남구 삼성동과 강남구 대치동 대로구간 등이다. 국제적으로 제시된 지중화 구간의 지상 전자파 측정 대표값은 땅으로부터 0.5m, 1.0m, 1.5m 세 곳의 높이에서 측정한 전자파 세기의 평균값이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 세기가 지상구간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았다.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결과였다. 국회 정문 앞 지중화 인도구간의 경우 대표값이 71.3~74.9mG(밀리가우스라고 읽는다)로 노원구 지상구간의 11~16mG보다 4~7배가량 높고, 노원구 상계동의 지중화 인도구간의 유치원 옆 최대값의 경우 8~13배나 높았다. 양천구 목동 지중화구간과 영등포구 양평동 지중화구간은 모두 아파트단지 옆을 지나는데, 지상구간의 전자파 세기와 비슷했지만 도로 지표면의 전자파 세기는 3~8배나 높았다. 반면 같은 154㎸ 지중화구간인 서초동과 삼성동, 대치동 지역의 경우 도로 지표면 전자파 수준이 지상구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중앙정부 공식 전자파 측정 작업 안 해

알아보니 서울지역 152곳 341㎞ 지중화구간 중 전자파 차폐설비가 갖춰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장하나 의원실이 국정감사와 관련해 한전에 문의한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환경오염도가 매우 높아서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한 곳을 핫스팟(hotspot)이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 영등포구 양평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등의 지중화구간이 매우 높은 전자파 세기의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이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 지중화설비 인도 위의 전자파 세기는 71.3mG이고, 서울 강북지역 지중화구간을 지나는 유치원 옆의 전자파 세기는 150.6mG였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2급 발암물질(Group2B)인데, 어린이백혈병 발병률을 높이는 3~4mG의 수십·수백배에 해당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그동안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지역에서 한전이나 지자체 및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전자파 측정이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 없고, 관련 정보도 공개된 바 없다는 점이다.

땅속에 묻혀 24시간 내내 고압의 전기가 흐르면서 전자파를 내뿜는 지중화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서울과 전국의 고압송전선로 지중화구간에 대한 전자파 발생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매우 높은 세기의 전자파가 측정되는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에는 임시조치로 안내판을 설치하여 오랫동안 체류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 같은 지중화구간에서 특별히 전자파 세기가 높은 구간의 경우가 있고, 구간별로도 전자파 세기에 큰 차이가 있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전자파 세기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에 설치된 주거지역, 학교와 유치원 등 민감지역과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의 지중화구간에 대해 우선적으로 규소강판과 같은 전자파 차단 기술설비를 적용하여 전자파 공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신설되는 지중화구간 중 사람들이 통행하는 구간에는 모두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추고 땅속 깊숙이 매설토록 해야 한다. 고압송전선로가 지중화되는 추세인데 전자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 매설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교류가 아닌 직류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송전방식으로 전자파 발생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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