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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방지와 환경오염의 묘한 아이러니...‘개인위생’ 이면 환경

관리자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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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위생과 감염방지가 전 인류의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그 과정에서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일회용품의 환경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버려진 마스크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일회용품의 환경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가 우리를 덮치기 직전의 세상에서는, 인류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었다.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민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여파를 직접 경험해 잘 알고 있다”면서 “바다와 공원, 거리, 해안선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장면을 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음 세대를 위한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캐나다의 플라스틱 규제는 유럽연합(EU)과 인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각국 정부와 지자체에서 속속 도입하는 환경보호 정책을 뒤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런 경향을 바꿨다. 최근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내용의 뉴스가 검색된다. 플라스틱산업협회(PIA)는 지난 3월 미국 정부에 “팬데믹을 통해 많은 미국인과 기업, 정부 당국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이 종종 가장 안전한 옵션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보건 및 안전상 혜택에 대한 공개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실제로 미국 메인주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보류했고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머그잔 사용을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비닐봉지에 요금을 물리는 방안이 유보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NGO '오션 컨서번시'는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 “그동안 이뤄진 산업계의 많은 진전 중 일부가 후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바꾼 풍경이다.


◇ 팬데믹 막느라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늘었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사용량 자체뿐만 아니라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경향도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해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다보니 다회용 제품보다는 일회용 제품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어서다.


실제로 CNN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장갑과 마스크를 버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조치는 폐기되거나 연기된다”고 밝히면서 “공중보건 위기 속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해도 ‘전염병 유행 이후 의외의 환경 효과’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공장이 멈추고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탄소배출 역시 줄어 대기환경이 일부 개선되거나, 평소 사람들의 발길만 오가던 곳에서 야생동물들의 움직임이 관찰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경적인 악영향도 늘었다. 손과 비말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개인위생’에 신경 쓰고 감염 예방이 사회적으로 가장 큰 숙제가 되면서 일회용품과 비닐, 또는 플라스틱 사용이 늘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15일 총선 당시 투표자에게 일회용 비닐장갑을 제공했고 지금도 하루에 수백만장의 마스크와 마스크 포장용 비닐이 버려진다. 비말감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가림막을 설치하는 곳도 늘었고 카페 등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1분기를 기준으로 플라스틱 포장재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고, 폐지와 폐비닐도 각각 15%, 8%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였으나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고 택배와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폐기물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 버려진 마스크, 벌써 바다까지 더럽히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숙제다. KBS 보도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도 지난 3월과 4월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이 1년 전보다 62% 늘었다. 태국 정부가 올해부터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식당 이용이 제한되고 음식 배달과 포장 등이 늘어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쓰레기가 이미 바다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프랑스 환경 보호단체 ‘메르 프로프레’는 “최근 몇 달 동안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청소 작업을 하면서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스크 등 일회용품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우리의 발견은 새로운 종류의 오염을 암시한다.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오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 프로프레는 “우리는 곧 지중해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비해 주문한 마스크의 개수만 20억 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조달청도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6월 30일까지 계약된 공적마스크 물량이 약 8억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2시간 동안 플로킹(산책+쓰레기줍기)을 진행한 결과 버려진 마스크 258장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수십억장의 마스크 관련 쓰레기 문제에 놓이기 시작한 셈이다. 그 중 일부가 함부로 버려졌고 바다로 흘러갔다면, 지중해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났을리는 없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지만 그만큼 쓰레기 배출을 늘린다.


◇ 비닐포장, 소량포장 제품 사용도 폭넓게 증가


사용이 늘어난 것은 마스크뿐만이 아니다. 손소독제나 제균티슈 등 위생 관련 용품 사용도 늘었다. 해당 제품들은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반조리 식품이나 가정간편식, 냉동식품 등의 소비도 늘었다. 이런 제품들 역시 비닐포장 또는 소량포장 문제와 밀접하다.

실제로 11번가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1월 27일~2월 1일 기준 손세성제 주문이 전달 대비 68배, 제균티슈는 3.4배 가량 증가한 바 있다. 당시 11번가에서는 신선식품이 전달 동기 대비 46%, 생필품이 104%, 가공식품이 53% 각각 증가했다.


일회용 케첩이나 머스타드, 개별포장된 소금이나 1인용 피자 시즈닝 등 소량포장된 1인용 소스 수요도 늘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 30만여 곳의의 레스토랑과 거래 중인 US푸드는 “개별포장된 조미료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최대 40%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평소 테이블에 올려두던 커다란 소스를 1인용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실제로 US버클리대 케이트 오닐 교수는 “조미료 패킷들은 이미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와 더불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회용품 사용은 기자에게도 큰 문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만나야 해서 마스크가 필수고, 취재원과 잠시 대화를 나누거나 급히 기사를 작성하려면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결국 일회용잔에 담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가 어렵다. 


일반 소비자들은 개인위생과 환경에 대한 고려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평소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왔다는 서울 송파구의 한 소비자는 “위생에는 신경쓰되, 외출 자체를 줄이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외식은 물론이고 배달음식도 자제하면서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한꺼번에 주문해 주로 집에서 식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송파구의 또 다른 소비자는 “지금은 버려지는 쓰레기보다 당장의 감염방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불필요한 외출은 줄이고 있지만 당장 매일 출근하면서 사람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지금은 마스크와 일회용품을 적극적으로 쓰더라도 ‘거리두기’를 실천하는게 더 중요하다. 몸이 건강해야 주위도 돌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남구에 사는 한 소비자는 “소비자 개개인의 실천보다는 제도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소비자는 “마스크를 아무데나 버리는게 잘못이지 마스크를 매일 착용하는 건 필수”라고 말하면서 “마스크가 함부로 버려지지 않고, 잘 모아서 처리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감염병과 환경오염의 악순환 고리 끊는 방법은?


한가지 짚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감염병이 환경파괴로부터 왔다는 지적이 많다. 인류가 자연환경 등을 파괴하면서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았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지금은 감염병을 막기 위해 또 다른 환경파괴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어야할까.


이에 대해 정부는 제도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관련 전문가들은 안전을 각별히 신경쓰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약처는 지난 6월 29일 KTV 국민방송을 통해 코로나19로 국내외적으로 위생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위해 우려가 있는 위생용품에 대한 영업자 자진 회수 제도를 도입하고 기준 및 규격을 개선하는 등 합리적인 규제 혁신을 통해 사람 중심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업소의 다회용기 세척 및 소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아닌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퇴보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충분한 세척을 거친 다회용기는 일회용품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위생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일회용 범람이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환경파괴가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회용 식기 대여와 세척 비즈니스를 활성화해 일회용품 사용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을 막기 위한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안전과 환경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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